매거진
2022.02.14
팬데믹이 길어지며 부쩍 해외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 마음을 달래고자 대학로에 위치한 이탈리아 레스토랑 ‘디마떼오’를 향했다.
사실 서울에는 다양한 국적의 레스토랑이 즐비하며,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 레스토랑은 동네마다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마떼오처럼 여행 온 듯한 기분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곳은 드물다.
1998년 문을 연 이래 한 자리에서 쭉 영업을 이어온 디마떼오의 수수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야말로
진짜 이탈리아의 유구한 골목에서 마주칠 법한 풍경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로 나폴리 정통 화덕 피자를 재현한 디마떼오는 탄생 배경부터 흥미진진하다.
1980~90년대 활발하게 활동한 코미디언 이원승 씨가 KBS <체험 삶의 현장> 해외편에 출연하여
나폴리로 피자 만드는 법을 배우러 갔다가 화덕 피자의 매력에 빠져 잠시 본업을 접고 정식으로 수련 과정을 이수하여 차린 것.
유명 코미디언이 하는 가게인 동시에 당시 나폴리 피자 장인들이 내한하여
이탈리아에서 공수한 자재로 화덕을 만들고 직접 피자를 빚어 큰 화제를 모았다.
오랜만에 찾은 디마떼오는 예전 그대로였다. 가족적이면서 따뜻한 분위기가 정말 이탈리아의 어느 골목에서 우연한 발견한 레스토랑을 연상시켰다.
그런데 커다란 화덕을 지나 홀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니 의외의 풍경이 펼쳐졌다.
20년이 넘는 역사를 짐작케 하는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속에 서빙 로봇 ‘딜리’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 주문은 능숙하고 친절한 매니저 분이 받았으나, 실제로 음식은 딜리가 가져왔다.
타일 바닥을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딜리의 이색적인 모습에 나도 모르게 핸드폰을 꺼내 동영상을 찍었다.
막 들어오며 딜리를 처음 발견한 손님들의 환호성이 경쾌하게 울려 퍼지기도 했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테이블을 찾아온 딜리가 양팔을 뻗어 내민 듯 건넨 피자에는 온기가 그득했다.
피자를 내리고 ‘확인’ 버튼을 누르자 딜리는 가볍게 윙크를 하며 돌아갔다.
온통 딜리를 향했던 정신이 디마떼오의 대표 메뉴 마르게리타 피자의 향긋하고 고소한 향에 번뜩 돌아왔다.
흥건한 토마토 소스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양 손으로 조심스레 들어올린 후 잽싸게 입에 넣었다.
갓 딴 토마토를 껍질째 베어 문 양 입안 가득 토마토의 상큼한 과즙이 터졌다.
거기에 생 모차렐라 치즈 특유의 신선하고 고소한 우유 향이 더해져 입안에 행복감이 넘실거렸다.
순간 정말 이탈리아에 온 듯한 기분 좋은 착각에 사로잡혔다.
도우는 또 숙성이 어찌나 잘 되었는지 묵직한 수분감에도 불구하고 흐물거리지 않고 끝까지 쫀득쫀득하고 바삭했다.
피자 한 입에 9000km 떨어진 이국으로 순간 이동한 듯한 기분 좋은 착각, 이탈리아 정통 피자가 주는 만족감에
딜리를 만나 반가운 감정이 더해져 더 이색적으로 기억될 한끼가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