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딜리 한끼] 숯불 향 가득한 돼지불고기 한상, 문래돼지불백 신대방점🍖

2022.02.13


신대방역 일대에는 맛집들이 포진해 있지만, 오늘은 혼자이고 안전한 외식이 하고 싶어 문래돼지불백을 찾았다. 문래돼지불백이 안전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1인상으로 차려준다. 여럿이 가도 독상이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쌈의 민족 아닌가. 돼지불백은 무조건 쌈을 싸 먹는 것이 진리이자 정석이다. 아니나 다를까 문래돼지불백도 쌈을 싸도록 상추, 쌈장, 생마늘, 생양파, 청양고추 등을 내준다. 쌈을 싸려면 손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손을 씻어야 한다. 문래돼지불백에는 홀에 세면대가 있어 손님들로 하여금 손을 씻도록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대부분의 서빙을 딜리가 담당한다. 손님과 가게 직원이 대면하는 일을 최소화하니 서로에게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적다. 심지어 손님 대부분이 단골일 정도로 맛도 있다. 신대방역에서 맛집을 찾느라 더 이상 헤맬 필요가 없겠다.

메뉴는 단출했다. 돼지불백 200그램에 7천원, 300그램에 1만원. 홀에 비치된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자리로 돌아오니 딜리가 도르르 소리를 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른 홀의 가장 깊은 쪽에 앉은 내 자리에 닿기 위해 딜리는 몇 차례 방향을 틀어야 했다. 그때마다 방향을 잃거나 음식을 흘리지 않는 딜리가 내심 기특했다.



딜리가 싣고 온, 반찬이 빼곡한 쟁반을 내렸다. 그런데 정작 고기가 없었다. 의아해하며 옆 테이블을 보니 한상 차림이 먼저 나온 후 고기가 팬에 담겨 따로 등장했다. 고기의 행방을 찾느라 옆 테이블을 주시하며 신기한 사실 하나를 더 발견했다. 손님들이 하나같이 딜리를 능숙하게 이용한다는 점이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딜리가 실어 나르는 음식을 자연스럽게 내리고 ‘확인’ 버튼을 눌러 돌려보냈다. 이 사실은 이곳이 단골이 많은 맛집임을 보여줬다.


드디어 고기가 나왔다. 도르르 딜리가 굴러오는 소리와 지글지글 여열에 고기 기름이 끓는 소리가 합쳐져 더욱 식욕을 자극했다. 불판에 있던 고기를 집어먹은 양 뜨거웠다. 딜리가 곧장 가져다준 덕에 불판의 열기를 즐길 수 있었다. 양념이 달지 않고 담백했다. 보통 돼지불백은 단맛이 강해 곧 질리기 마련인데, 이 집은 단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짜지도 않으며, 숯불 향도 굉장히 자연스러웠다. 왜 어떤 곳은 불 향이 너무 강해 탄 맛을 연상시키지 않던가.



푸짐히 나온 상추에 고기 한 점을 올려 싸 먹었다. 맛있어서 거듭 싸 먹었다. 어느 정도 배가 차자 반찬이 눈에 들어왔다. 무생채, 콩나물, 삭힌 고추, 된장국. 물기 없이 바싹 구워 낸 고기에 생기를 더해주기 충분한 반찬들이었다. 고기에 무생채 혹은 콩나물을 올려 먹어도 맛있지만, 아예 상추에 고기, 무생채, 콩나물을 고루 올려 싸 먹으니 또 다른 요리를 먹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달콤하고 매콤하게 삭혀낸 고추와 심심한 된장국이 고기의 느끼함을 잘 잡아줬다.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는데 식당 한 켠에서 어린 아이의 볼멘 소리가 들렸다. 딜리가 서빙하는 상을 받으러 부러 왔는데 이모님이 가져다줘서 실망한 눈치였다. 아이 엄마가 달랬지만 아이는 꽤나 진지해 보였다. 그 모습을 귀엽게 바라보던 사장님은 딜리에 서비스 음료를 실어 아이에게 보냈고, 아이는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 아이를 바라보던 손님, 직원 모두 함께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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