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딜리 한끼] 42년 전통의 중식 레스토랑, 진주성에서 만난 서빙로봇!

2022.02.13



반포에 오랜만에 들른 김에 점심을 해결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재개발로 많이 바뀌어 어디를 가야할 지 도통 감을 잡기 어려웠다. 날이 더우니 시원한 중국냉면 한 그릇 하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았다. 인근의 중국집을 검색하니 평점이 거의 만점에 가까운 식당 ‘진주성’이 나왔다. 지도를 보며 찾아갔다. 오래된 구반포상가 지하 1층에 위치해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공간이 넓고 홀이 탁 트여 있을 뿐 아니라 공간을 채운 가구나 장식물들이 예사롭지 않았다. 동네 중국집인 줄 알았더니 고급 중식 레스토랑이었던 것.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여니 첫 장에 ‘1979년에 개점했으며 재개발로 인해 40년만에 이전했다’고 적혀 있었다. 그냥 중식 레스토랑도 아니고 올해로 42년 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요리집에 왔으니 요리를 먹어보고 싶은 마음에 중국냉면과 함께 탕수육 작은 사이즈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예상을 깨는 낯선 풍경에 주변을 연신 두리번거렸다. 홀에만 테이블이 15개가 넘었으며, 한쪽 테이블은 아예 부스로 둘러싸여 있었다. 또 다른 편에는 룸이 있었는데 룸의 개수도 5개가 넘어 보였다.



사방을 살피는 데 멀리서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딜리였다. 42년 된 중식 레스토랑에서 딜리의조합이라니 신선했다. 홀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주방에서 입구와 인접한 테이블까지 딜리가 먼 길을 달려오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딜리가 이렇게 넓은 공간을 아우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가장 위 칸에는 중국냉면이, 아래 칸에는 탕수육이 실려 있었다. 기호에 따라 냉면에 가미할 땅콩소스와 겨자소스에 면을 자를 가위, 단무지, 자차이, 양파, 춘장, 간장소스, 후식 등이 각각의 딜리의 트레이에 가득 담겨져 나왔다. 직원이 직접 날랐다면 주방에서 테이블까지 몇 번은 왕래해야 할 판이었다. 무엇보다도 고급 식당답게 그릇이 모두 도자기여서 하나하나가 꽤나 무거웠다. 식사와 요리 하나씩 주문했는데도 이렇게 부수적으로 딸려오는 것이 많으니 딜리가 절실히 필요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탕수육부터 한 점 집어먹었다. 튀김옷은 바삭하고 고기는 촉촉했다. 신선한 기름에 튀겼는지 육즙과 함께 입안을 가득 적시는 기름의 맛이 깨끗했으며, 무엇보다도 소스가 새콤달콤하면서 고소했다. 순간 40년 넘게 살아남은 비결을 언뜻 알 것 같았다. 중국냉면에는 새우와 해삼, 오징어 등의 해산물이 어찌나 푸짐한 지 나도 모르게 가격표를 다시 들여다봤다. 국물이 자극적이지 않고 삼삼하면서도 깔끔하고 시원했다. 고소한 맛을 더하기 위해 땅콩소스를 살짝 뿌렸다. 땅콩버터를 내주는 다른 중식당과 달리 액체 상태의 소스를 제공하니 국물에 쉽게 풀려 좋았다. 작지만 큰 차이를 만드는 배려 같았다. 부들부들한 면과 함께 각종 해산물과 신선한 채소를 곁들여 먹으니 다채로운 식감이 입안을 즐겁게 했다.


“여기 로봇이 있다면서요?” 입구에서 껄껄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어르신 두 분이었다. 식당 안의 정적을 깨는 유쾌한 소리에 사장님인 듯한 분이 카운터에서 일어나 응대했다. “어머, 오랜만에 오셨네요. 서빙로봇 있죠. 그런데 저희가 딜리 들인 지 일주일밖에 안되었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그러자 한 어르신이 “벌써 동네에 소문 다 났다”며 “일부러 로봇을 보러 왔다”고 답했다. 시원한 냉면 육수를 들이켤 때쯤 멀리서 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어르신들도 눈치 챘는지 자리에서 반쯤 일어나 딜리가 다가오는 모습을 구경했다. 딜리가 어르신들이 앉은 테이블에 도착하자 어르신들은 기꺼이 의자에서 일어나 음식을 내리고 딜리의 요청대로 ‘확인’ 버튼을 눌렀다. 딜리가 인사하고 돌아서자 “그래, 잘 먹을게. 잘가”라며 손인사를 건넸다. 어르신들이 어린 아이처럼 좋아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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